상담 에세이

 

상담가  임옥순

                   

얼어붙은 저 가슴에 사랑의 눈물이 흐르게 하라    

 

탁구공만한 크기에 단단하고 매끈한 아보가도 씨앗을 작은 화분에 심어 보았다. 과연 저 단단한 껍질을 뚫고 나오는 생명의 신비를 맛 볼 수 있을까? 혹시나 하고 물을 줄 때마다 흙 속을 들여다 보며 두 달을 기다렸던 어느 날, 작고 여린 새싹이 삐죽 고개를 내밀며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칙칙한 흙 속에서 솟아난 새싹은 왠지 불안하기만 했다. 또 노파심에 과연 저 여린 새싹이 잘 자랄까? 그렇게 걱정하며 돌보는 사이 한 뼘 정도의 키에 작은 떡잎들이 나오고 곁에 있는 화초들과 키 재기까지 하면서 쑥쑥 자라고 있다. 

 

상처와 아픔으로 돌 같이 단단해진 사람의 마음도 기다려주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주고, 기대해주면 아름답고 건강하게 피어나 열매 맺을 생명들 보는 기쁨으로 오늘도 상담소 문을 연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젊은 부부가 상담실을 찾았다. 남편은 어이가 없는지 딱딱하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몇 마디 하고 돌아갔다. 그런데 한 주 후 혼자 상담소를 찾은 남편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고 처음 보다는 덜 어색하게 자리에 앉아 말문을 열었다. “내 자신이 상담을 받고 있다는 자체가 한 마디로 쇼킹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 또한 저에게 있어서는 쇼킹한 일이네요.” 상담을 통해서 알게 된 그 부부는 미국에서 교육 받고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부부 같이 보였다. 그런 자신들이 정서적인 갈등으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의 말처럼 대부분 많은 한인들은 상담을 먼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한다는 점이다.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많은 분들이 자신들이 상담을 받을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던 분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상담은 사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살아간다는 것이 상담의 연속인 것 처럼….

 

상담이라는 말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거의 매일 접하는 단어가 되었다. 자녀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상담하고, 좋은 집을 구입하기 위해서 상담하고, 이 땅에 적법하게 살기 위해서 이민법 상담을 하고, 육체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 건강관리 상담을 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상담을 한다. 상담은 아름다운 삶을 위해 지혜롭고 현명한 판단을 위한 도움을 받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잘 못 판단하면 자녀의 미래가 어두운데 진학 상담 받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이민법을 잘 몰라 서류 미비자가 되면 미국 생활이 불안하고, 고단한데 상담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흔하게 듣는 말이 ‘상담’인데 자신들의 정신 건강에 관한 상담을 이야기 하면 손사래를 치며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부인부터 하고 나선다. ‘혹시 말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필요하면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조심스럽게 물어도 불쾌하게 받는다. ”아니 지금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거요?“ 다른 상담은 자청해서 찾아가는데 정서적인 일로 상담을 받으라면 거의 대부분 불쾌하게 생각하고 제안을 거부한다. 바라기는 그렇게 모든 사람이 정서적으로 영적으로 건강해서 부부 싸움도 없고, 자녀와 갈등도 없고, 고부간의 갈등도 없고, 이웃과의 갈등도 없고, 또 자신의 내적 갈등도 없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가?

 

상담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만 받는 것이 아니다. 상담은 문제로부터 출발(from)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향해(toward) 나아가기 위해 도움을 받는 것이다.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진학 상담을 받고, 속 썩이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집을 사기 위해 부동산 상담을 받고, 육체적 건강한 삶을 위해 건강 상담을 받듯이 상담은 정서적으로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도움을 받는 것이다. 최근에 상담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는데 긍정적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상담이나 심리학이 문제로부터 출발하였다면 이제 상담이나 심리학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더 보람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길을 찾는 노력이다. 물론 지금까지 심리학이나 상담이 어두운 문제, 병리적인 면에 대해서 많은 기여를 해왔다. 우울증, 불안, 화병, 정신 장애, 이상 심리, 각종 중독에 대해서 많은 기여를 했는데 그렇다 보니 문제 해결이 상담이나 심리학의 목적같이 인식 되었다. 그런데 우리 삶의 목표가 단지 우울하지 않거나 문제가 없는 것만을 의미 하지 않는다. 상담의 목적은 아름다운 관계 회복을 통해서, 건강한 정서 회복을 통해서 행복한 삶을 얻는데 있다.

 

상담을 해보면 문제의 일차적인 원인은 대부분 가정에서 시작된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상처와 억압이 오간다. 그런데 상담 과정에서 이런 상처와 억압된 가족 이야기 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특히 ‘우리’가 강조되는 한국 문화 속에서 가족 이야기는 몹시 힘든 주제다.  ‘차라리 나를 욕하는 것은 참지만 우리 가족 이야기를 하다니, 그건 만은 못 참아!’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부모님에 대한 감정을 끄집어내기란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기에…’ 아니 무의식 속에 갇혀 있는 상처로 인해 원인도 모른 채 휘둘리는 가족 이야기가 나와야 하기에 상담가 찾는 것을 어려워한다.

 

상담(相談)이라는 말은 한자로 풀어보면, 서로 상(相), 말씀 담(談)으로 되어 있다. 담(談)자를 풀어보면 말씀 언(言) 자에 불 화(火) 자 두 개가 붙어 있다. 즉 상담은 마음 속에 있는 불을 말로서 풀어준다는 뜻이 된다. 화(火) 자는 사람 인(人) 자에 점이 두 개 찍혀 있다. 그런데 이 점 두 개는 가슴을 뜻한다. 어미 모(母) 자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미 모(母)자는 어머니가 젖을 먹이는 두 젖, 즉 가슴을 형상화 한 것이다. 따라서 화병은 인간의 마음에 있는 병이다. 그런데 왜 화(火)자는 두 개를 아래 위로 겹쳤을까? 사람 인(人)자는 사람 둘이 기대어 있는 것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즉 사람은 혼자 살수 없는 더불어 사는 사회적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화자 두 개를 아래위로 겹쳤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 사이의 관계성 때문에 마음에 병이 생긴 것을 뜻하고 상담은 이런 관계성 속에서 생긴 화를 말(言)로써 풀어주는 작업이라 하겠다. 정서적 장애는 대부분 관계성에서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 관계 맺기 첫 과정은 가족 관계부터 시작한다. 관계성 문제로 가슴이 불타듯이 괴로운데 그 불을 꺼서 아름다운 관계 맺는 능력을 회복 시켜 사회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상담이라 하겠다. 

 

그런데 바로 이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형성된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성서의 다양한 증언이 있지만 관계성에서 살펴보자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1)." 우리 말로 "너희 안에"라고 번역된 말은 "엔토스 휘몬"이라는 말을 번역한 말이다. 이 말은 "너희 마음 안에"라는 말이 아니라, "너희(들) 가운데"라는 말이다. 주님은 하나님 나라에 대해 질문하는 바리새인들에게, 바로 지금 "너희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했다고 선언하셨다. 즉 바리새인들 사이에 예수께서 계시는 그 상황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공간적 개념이나 시간적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가 미치는 관계성의 개념이다. 너와 나의 사이에 예수께서 계실 때에 그곳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곳이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용서와 화해 나아가 사랑이 지배하는 관계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죄와 상처로 미움과 분노, 불안과 불신으로 차있던 관계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채워질 때에 그 관계를 하나님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담은 마음의 아픔과 고통이 있는 자를 도와 사랑의 영성이 회복 되 고 관계가 회복되도록 그들 사이에 예수님의 사랑의 통치가 임하도록 돕는 일이다. 상담은 하나님 나라를 향해서 나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패밀리터치의 사역 중 하나인 기독교 통찰 심리 상담 사역은 문제 해결 목적뿐 만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향한 노력이다. 패밀리 터치 상담실 문은 더 나은 삶을 원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패밀리 터치 상담은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도록 기독교 심리 역동 통찰을 통해서 돕는다.

 

상담 받는다는 게 쇼킹이라며 어처구니 없어 하던 분이 패밀리터치 상담과 인연을 맺고부터 생명의 새싹이 얼어붙었던 그의 마음의 빗장을 뚫고 나와 자라기 시작했다. 단단한 껍질을 뚫고 나오는 아보가도의 새싹을 통해 희망을 보았던 것 처럼…. 아름다운 패밀리터치 상담사역을 통해서 얼어붙었던 마음들이 눈 녹듯이 녹아 내리고, 아픔과 상처로 메말랐던 마음에 용서와 화해의 눈물이 시냇물처럼 맑게 흐르기를 기대한다.